2025년, 예능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OTT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예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며 화제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특히 ‘짧지만 강한 재미’와 ‘지속적인 몰입감’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제작진의 기획 방향과 출연자의 역할, 그리고 시청자의 소비 패턴까지 완전히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TV 예능은 더 이상 과거의 포맷을 답습하지 않는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과 연계되어 짧은 클립으로 확산되며, 이와 동시에 대결 중심의 서사 구조를 통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능’이 각광받고 있다. 2025년 현재, 어떤 포인트들이 예능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지 핵심 트렌드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자.
꿀잼포인트가 핵심, ‘편집의 승부’
2025년 예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편집’에 있다. 단순한 촬영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편집은 콘텐츠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해졌다. 특히 ‘꿀잼 포인트’로 불리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어떻게 뽑아내고, 어떤 속도감으로 편집하느냐가 시청자의 몰입과 이탈을 결정짓는다.
예를 들어, MBC의 인기 프로그램 ‘팽봉팽봉’은 출연진의 엉뚱한 행동과 뜻밖의 상황에서 터지는 리액션을 중심으로 짧고 강하게 컷팅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이 장면들은 실시간 방송 중에도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며, ‘짤 생성’과 ‘밈 유행’을 동시에 일으키는 트렌드를 만든다. 같은 맥락에서 tvN의 ‘플레이킹덤’은 리얼과 콘셉트를 오가는 긴장감을 컷 편집을 통해 부각해, 시청자들이 다음 회차를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만든다.
또한 최근 예능들은 60분 이상의 러닝타임 속에서 하이라이트만 5~10분짜리로 별도 제작해 유튜브, 네이버 TV,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청을 유도하는 전략이 아니라, 예능 콘텐츠 자체를 ‘바이트 사이즈’ 형태로 소비할 수 있게 만든 진화된 포맷이다.
결국 2025년 예능은 ‘장면 하나가 전체 콘텐츠를 먹여 살리는’ 시대에 진입했다. 단순한 스토리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감정, 반응, 유머가 얼마나 임팩트 있게 전달되느냐이다. 이러한 점에서 편집의 기술력과 기획력은 이제 예능 성공의 핵심이 되었다.
대결 구도가 만드는 몰입도와 서사
예능에 ‘몰입도’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하지만 2025년의 예능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서사’를 강조한다. 이 중심에는 ‘대결 구도’가 있다. 단순히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인물이 어떤 감정과 전략을 통해 대결에 임하는지가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피지컬 100 시즌2’와 ‘팽봉팽봉’이다. 전자는 체력과 심리, 전략이 결합된 포맷으로 출연자 간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며,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만든다. 반면 ‘팽봉팽봉’은 보다 유쾌하고 캐주얼한 경쟁을 다루지만,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관계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는 어느새 몰입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대결 구도가 ‘공감’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특정 인물을 응원하고, 그의 승리나 탈락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감정 이입은 SNS에서의 ‘응원 댓글’, ‘분석 영상’ 등으로 이어지며 예능의 영향력을 배가시킨다. 일부 출연자는 단순한 예능 스타를 넘어, 하나의 ‘서사형 캐릭터’로 재창조되어 광고와 다른 방송 활동까지 확장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제작진 또한 단순히 경쟁을 강조하기보다는, 참가자 간의 관계성, 미묘한 감정선, 회차별 전환 포인트 등을 정교하게 설계한다. 예를 들어 ‘탈락자 인터뷰’나 ‘비하인드 영상’을 별도로 제공하여, 시청자들이 본편 외에도 다양한 감정적 요소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2025년 예능에서 대결 구도는 단순한 포맷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위한 구조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예능은 하나의 ‘드라마틱한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으며, 이는 OTT 시대에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의 공통점
2025년을 대표하는 인기 예능들을 살펴보면, 성공한 프로그램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진정성 있는 캐릭터’이다. 과거에는 설정된 캐릭터나 오버된 행동이 웃음을 유도했다면, 이제는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말투, 사소한 실수,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산다. 시청자들은 “저 사람은 꾸미지 않아서 좋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호감”이라며 자연스러움을 선호하고 있다.
둘째는 ‘형식 파괴와 융합’이다. 예능은 이제 단순히 리얼리티, 게임, 토크쇼로 구분되지 않는다. ‘미래에서 왔어요’는 AI와 가상 캐릭터를 결합해 예능 포맷에 신선함을 불어넣었고, ‘도전! 예능왕’은 시청자가 직접 점수를 주고 출연자를 선택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한 새로운 포맷은 시청자들의 참여도를 높이며, 예능을 ‘함께 만드는 콘텐츠’로 변모시키고 있다.
셋째는 ‘확장성 있는 콘텐츠 설계’다. 인기 예능은 본 방송 외에도 유튜브 하이라이트, 틱톡 챌린지, 출연자 브이로그, 제작진 인터뷰 등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확장한다. 팽봉팽봉의 경우, 출연자 이름을 딴 굿즈와 팬미팅까지 열며 IP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로 인해 단순한 방송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예능’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는 ‘국내외 시청자를 아우르는 유연성’이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를 통해 전 세계에서 시청 가능한 구조가 되면서, 자막 서비스와 시각적 유머, 글로벌 밈 생성 가능성까지 고려해 제작된다. 이는 K-예능이 ‘다시 세계로’ 나가는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다.
2025년 예능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기획력, 감정 몰입, 인터랙션, 브랜드화 등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는 멀티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꿀잼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편집 기술, 몰입도 있는 대결 구조, 확장성과 진정성을 모두 담아낸 인기 프로그램의 전략은 시청자와의 연결고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든다.
앞으로의 예능은 단순히 TV 속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와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진화할 것이다. 예능은 이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공감과 연결의 플랫폼이다.